Saturday, June 22, 2013

3. 뉴욕 브로드웨이를 향해

경훈선배와의 만남 이후 선배에게 보여드릴 제안서를 구체화해 다시 경훈선배에게 연락을 드렸다. 선배는 날 대학로에 있는 사무실로 부르셨다. 공연장과 함께 있는 종로사무실과는 달리 대학로 사무실은 차분하며 독립된 분위기였다.

난 경훈선배에게 구체화 시킨 나의 아이디어를 PPT로 보여드렸고 제안서의 내용을 본 선배는 제안이 실현되기 위한 몇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조언을 듣고 난 선배에게 세계여행을 향한 나의 절실한 마음을 표현했다. 세계 공연의 중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지만 난 뉴욕에 지인도 없었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었다. 나의 유일한 희망은 얼마전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공연 점프를 만든 눈앞에 있는 김경훈 선배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절실했다. 선배에게 어떤일이든 돕겠다며 시키는 일은 무슨일이든 하겠다며 뉴욕에서 먹고 자는 문제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 염치없고 대책없는 후배의 부탁이었건만 선배는 그 자리에서 뉴욕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주셨다. 시차때문에 전화연결은 되지 않았지만 몇주 후 뉴욕지사장이 한국에 들어오기로 되어있으니 선배는 그 때 자리를 만들어 이야기해보자고 선배는 나의 도전을 응원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경훈선배의 응원과 도움이 얼마나 큰 용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희미했던 꿈을 위해 한발자국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Friday, June 21, 2013

2. 김경훈선배와의 만남.

2학년 수업 중 광고특강이라는 수업은 우리 광고창작과를 졸업한 선배들 중 현재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배들을 강사로 초청해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듣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통해 평소 만나고 싶었던 선배들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내가 가장 만나고 싶었던 분은 논버벌 퍼포먼스 공연 점프를 만든 김경훈 선배였다. 공연기획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당시 세계로 진출하는 공연을 제작한 선배의 스토리가 무척 궁금했었다. 얼마 후 강의에 김경훈 선배가 초청되었고 말로만 듣던 선배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점프가 만들어지게 되는 3년간의 험난한 준비과정과 세계 최대 공연 축제인 영국 에딘버러페스티벌에서 2년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고 세계 공연의 중심인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공연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얼마 전 배진환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한 내게 김경훈 선배와의 만남은 절호의 기회였다. 선배의 조언과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던 난 수업이 끝난 안산 캠퍼스에서 다시 종로 사무실로 돌아가는 선배에게 부탁해 차를 얻어 타는 대범함(?)으로 선배와 서울로 가는 한 시간 동안 선배와 독대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선배에게 얼마 전 결심한 세계여행에 대해 말씀드렸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생각한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낼 아이디어에 대해 말씀 드렸다. 선배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셨고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 시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자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아이디어보다 이런 상황을 만들고 선배에게 다가온 당돌한 후배를 귀엽게 봐 주신 거 같다. 실체가 없던 나의 결심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오른쪽이 김경훈선배님

1. 이야기의 시작

2007년 9월 대학에서의 마지막학기였다.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나면 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인데 졸업 후 아직 뭘 해야 좋을지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취직이 되서 취업계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주3일만 학교에 나오며 졸업 이후를 준비하는 동기들로 인해 학교는 매우 어수선했다. 그럼에도 내가 주 5일을 가득 채워 학교에 나오게 된 이유가 하나 있었으니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강력히 추천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분석 수업 때문이었다. 

기대하며 맞이한 첫 수업시간 낯선 교수님이 오셨는데 기대와 달리 선배가 추천한 교수님이 아니었다. 이번부터 새롭게 강의를 맡으신 배진환 교수님이었다. 수업도 듣기 전에 수업 바꿀 궁리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가는데 교수님은 안도타다오의 이야기를 통해 한 학기를 시작하셨다. 

배진환 선생님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다. 프로복서, 트럭운전수와 같은 일을 하며 건축을 공부한 안도는 26살 되던 해에 책으로만 공부한 건축을 직접 보고 답사하고자 세계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통해 건축을 공부하고 돌아온 안도는 그 해에 일본에서 열린 건축설계공모에서 1위로 입상해 일본 건축계에 데뷔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 배교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안도타다오가 세계의 건축물들을 둘러보았다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을까? 안도 타다오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는 여행을 하며 직접 찾아간 건축물들의 설계도를 구해 “만약 본인 이 건축설계를 맡은 건축가 였다면 어떻게 설계했을까?" 자문하며 세계적 건축가들의 설계도위에 자신만의 설계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2년간의 그 훈련은 지금의 안도 타다오를 있게 했다.

배교수님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건축철학과 세계관을 확고히 정립한 안도 타다오의 스토리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라는 뜻을 전하고자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난 4년제 대학이 아니면 원서접수도 받아주지 않는 국내의 광고회사 때문에 더이상 속상해 하지 말고 대체불가능한 나의 존재를 확립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예기치 못한 교수님과의 만남으로부터였다.

청년시절의 안도 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