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21, 2013

1. 이야기의 시작

2007년 9월 대학에서의 마지막학기였다.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나면 난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인데 졸업 후 아직 뭘 해야 좋을지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취직이 되서 취업계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주3일만 학교에 나오며 졸업 이후를 준비하는 동기들로 인해 학교는 매우 어수선했다. 그럼에도 내가 주 5일을 가득 채워 학교에 나오게 된 이유가 하나 있었으니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강력히 추천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분석 수업 때문이었다. 

기대하며 맞이한 첫 수업시간 낯선 교수님이 오셨는데 기대와 달리 선배가 추천한 교수님이 아니었다. 이번부터 새롭게 강의를 맡으신 배진환 교수님이었다. 수업도 듣기 전에 수업 바꿀 궁리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가는데 교수님은 안도타다오의 이야기를 통해 한 학기를 시작하셨다. 

배진환 선생님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다. 프로복서, 트럭운전수와 같은 일을 하며 건축을 공부한 안도는 26살 되던 해에 책으로만 공부한 건축을 직접 보고 답사하고자 세계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통해 건축을 공부하고 돌아온 안도는 그 해에 일본에서 열린 건축설계공모에서 1위로 입상해 일본 건축계에 데뷔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 배교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안도타다오가 세계의 건축물들을 둘러보았다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을까? 안도 타다오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는 여행을 하며 직접 찾아간 건축물들의 설계도를 구해 “만약 본인 이 건축설계를 맡은 건축가 였다면 어떻게 설계했을까?" 자문하며 세계적 건축가들의 설계도위에 자신만의 설계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2년간의 그 훈련은 지금의 안도 타다오를 있게 했다.

배교수님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건축철학과 세계관을 확고히 정립한 안도 타다오의 스토리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라는 뜻을 전하고자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난 4년제 대학이 아니면 원서접수도 받아주지 않는 국내의 광고회사 때문에 더이상 속상해 하지 말고 대체불가능한 나의 존재를 확립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예기치 못한 교수님과의 만남으로부터였다.

청년시절의 안도 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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