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11, 2013

12. 2009년 2월 27일

인천공항에서 9시 비행기를 타기위해 새벽 첫차를 타러 가는길 부모님이 집 근처의 전철역까지 배웅해 주셨다. 사실 엄마는 내가 군대갈때에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다녀오라고 보내주셨던 분인데 이번엔 눈시울을 붉히셨다. 눈시울이 빨개진 엄마를 보니 나도 울먹거릴거 같아 얼른 포옹을 하고 서둘러 지하철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곧 도착한 전동차 칸에 사람이 거의 없는걸 확인하니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엄마 앞에서 약해진것도 있었지만 사실 이 무모한 도전과도 같은 이 여행은 너무 무섭고 떨리는 것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고 돈도 충분하지 않고 외국에 친척이나 아는사람도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 여행은 그 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스스로 결정한 가장 큰 도전이었기에 감당하기 벅찬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있던 난 이 여행을 통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길 간절히 바랬기에 더욱더 이 여행은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너무 큰 의미를 담았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비장한 마음이 아니었다면 떠나기전 수많은 장애물들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이미 내가 결정한 일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것은 내가 감내해야 했다. 다행히도 여자친구는 내가 떠난후 약 열흘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LA로 올것이고 우린 곧 만나게 된다. 공항에서 날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여자친구를 생각하니 이내 곧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살아 돌아 오기만 한다면 성공이란 생각을 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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