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와 MOCA(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UCLA는 15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214명의 올림픽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는 명문대학이었고 난 내 또래의 미국 대학생들을 보고 싶었다. UCLA 캠퍼스중 내가 제일 먼저 간곳은 도서관이었는데 외부인인 나도 들어 갈 수 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학생들은 책을 보거나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무언가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에너지는 강렬했다. 미국에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내 또래들을 보니 난 무엇에 이들만큼 열중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난 무엇에 열중하고 있는가. 하버드와 예일 UCLA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과 만났을때 난 무엇을 자신있게 내놓을수 있을까. 한마디로 나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그들에게 없는 경험 즉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했다. 이 여행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이 여행이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다. 이렇게 현장에 오니 더욱더 절실히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대학 스승님이신 윤준호교수님은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졸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세상이라는 거대한 학교에 진학한다고 생각하라 하셨다. 세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캠퍼스를 가진 학교이며 그 학교엔 셀 수 없는 많은 스승들이 있다. 그 가르침덕에 세상을 대하는 나의 관점이 전환되었다. 취업을 위해 한국에서 편입하는 대신 전세계라는 어마어마한 캠퍼스를 가진 학교에 다시 입학해 한국을 떠나 낯선 이 곳 미국까지 오게 된 것이다.
도서관을 나와 캠퍼스를 걷던중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가보았다. 조그만 무대가 있고 작은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는데 학생들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추며 즐기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신이나 무슨 콘서트지인지 가까이 가보았다. 무대와 무대근처에 세워져있는 사진들을 보고 난 콘서트의 정체를 알수 있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서명을 받는 콘서트였다. 이 콘서트는 내게 꽤나 충격이었다. 일종의 시위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콘서트는 비장함과 격렬함 대신 음악이 있었다. 동성결혼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 많은 민감한 사안들이 여러형태로 대중들에게 표출되고 공감을 얻으려 하지만 많은 경우가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만다. 그런 상황을 보며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UCLA에서 봤던 이 작은 콘서트가 주는 시사점은 결코 작지 않았다.
UCLA를 나와 향한 LA의 현대미술관인 MOCA에 갔다. 미술관의 소장 작품은 물론 너무도 좋았다. 헌데 그보다 더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술관의 분위기였다. 작품들을 둘러보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미술관 로비에서 DJ음악이 울려퍼지기 시작하며 파티가 열렸다. 그리고 미술관 내부에서는 미니골프대회가 치러졌다. 미술관에서 골프대회라니! 미술관 곳곳에 특수 제작해 설치한 골프홀을 따라 다녀 보니 평소에는 오픈되지 않는 곳에도 들어 가볼수 있어 자연스레 미술관을 소개 받고 있는듯 했다. 그러면서도 미술관이 얼마나 친근하고 재미있는 곳인지 설명하는게 아니라 직접 보고 느끼게 해주었다.
미국에와서 보니 미술은 쉽고 재밌고 친근한것이었다.